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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살이에서 나갈 수 없다고?! EP2

부털도사 2025. 8. 9. 20:14

월세살이에서 나갈 수 없다고?! EP1

 

월세살이에서 나갈 수 없다고?! EP1

"나는 모르는 일이니, 기다리는 수밖에…" 강서구 XX주택에서 보증금 2천에 월세 40만 원을 내며 1년 남짓 살고 있던 중 일어난 일이다.밤마다 이어지는 옆집의 비명 소리, 쿵쿵쿵 울리는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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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부동산에 방문해 관리인에 대해 여쭤보았다. 알고 보니 관리인은 힘들면 계약을 안 해주기로 유명한 고집쟁이였다.
악의가 있는건 아닌데 너무 힘들면 가끔 그럴 때가 있다고 한다.
그땐 달리 방법이 없어서 기다려야 한다는데 그게 말이여 방구여? 기가 찼다 ㅋㅋ.
 
돈 대신 내주던가 그럼!!!
 
도장 하나 찍는 게 도대체 뭐가 힘들고 처리할 게 많다는 걸까? 
차분하게 대화를 해보고 싶어서 관리소장실에 방문했다. 

"xxx호인 데요 혹시 방 내놓으면 안 되는 건가요?"
"방 빼려고? 빼면 되지 왜"

 
뭔가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세입자 구했는데 그럼 왜 도장 안 찍어주신 거에요?"
"일이 많아서 그렇지 뭐"

"그럼 전 안내도 되는 돈을 내고 있는 건데요?"
"그거 좀 내고 기다려야지..."

"그럼 그거 대신 내주실 수 있어요?"
"그건 안되는데..."

"그럼 도장 찍어주셔야죠."
"집 나가게? 나가면 되지 뭐?"

 
문득... 혹시 치매이신가? 생각이 들었다. 
덜덜 떠는 손과 어눌한 말투 때문에 더 그래 보였다. 

"근데 안 더우세요? 시원한 음료수 한잔 드실래요?"


사주겠다니 벌떡 일어나셨다. ㅋ;; (치매 아닌 건가?)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좀 나눠봤다.
어디에 사시는지, 점심은 언제 드시고 은행은 어딜 다니는지 등등...
치매 진단을 받고 세 차례 심장 판막 수술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셨다. 
 


음료 한 잔 시원하게 드시고 주택으로 돌아와서도 몇 번 더 얘기를 나눴다. 

"이틀 전에 제가 소리 지른 거 기억하세요?"
"언제 왔었어?"

 
아예 잊으셨다. 오히려 다행

"젊었을 땐 무슨 일 하셨어요?"
"젊었을 땐 재미나게 살았지 흐흐"
"뭐 하셨는데요?"

"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채권도 좀 만지고 그랬지..."
"지금은 병들고 이렇게 됐지만 재밌게 살아서 후회는 없어. 손주 놈도 귀엽고"

 
손주도 있으신가 보다. 

"빌라에 빌런도 좀 있나요?"
"비.. 빌런이 뭐여?"

"꼴 보기 싫은 놈 있냐구요"
"있지... xxx호에 젊은 남잔데 쥐.. 쥐어 팰 수도 없고 말이야..."
"예.. 옛날이었음 쥐어팼을텐데 흐흐흐"

 
그게 혹시 나인가? ㅋㅋ 
부들부들 떠시면서 엄청 신나 보이셨다. 
다시 전화통화하면 또 까먹을 것 같고 내가 누군지도 잊을 것 같아서 메모를 하나 남겨드렸다. 

 
소장님 휴대폰에 번호대신 xxx호로 저장해 뒀다.

"저 방 내놔도 되는 거 맞죠?"
"세입자 구하면 바로 나가면 되지 뭐..."

"구했는데 또 까먹으실 테니까 주머니에 메모 잘 가지고 계세요"
"그려..."

 


운 좋게 다음날 오후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전에 연락 왔던 부동산의 다른 직원이셔서 이쪽 상황을 전부 알고 계셨다. 

"내일 방문해서 어떻게든 도장받아내겠습니다. 절대로 걱정 마세요."

 
도장 깨기 하듯 비장해 보였다. 
매물을 내놓기 전 같은 층에서 세 집이 줄줄이 잘도 나갔다. 재수 없게 내 앞에서 신호등이 바뀐 것이다 ㅋ.
이번엔 진짜 나갈 수 있는 걸까? 
 
다음날 오전 중개사분께 전화가 왔다. 

"관리인분이 자기는 또 모르는 일이라고 하시네요"
"아 네 가서 말씀드릴게요"

 
또 병이 도진 건가? 사무소 문을 쿵쿵 두드렸다. 

"소장님 저 왔어요"
"어... 왔어?"

"저 세입자 구했어요"
"그려...? 잘 됐네"

"이따가 도장받으러 오기로 했는데 괜찮죠?"
"그려 그려..."

"근데 왜 중개사한텐 안된다고 하셨어요? 메모 가지고 계시죠?"
"어... 어..."

"아직 시간 좀 남았으니까 식사나 하시러 가시죠. 제가 사드릴게요"
벌떡

 


중개사한테 잘 말씀드린 후 오후에 뵙는 걸로 했다. 
편의점으로 이동 중 갑자기 빵이 먹고 싶다 하셔서 유기농 빵집으로 갔다. 
 
유기농 비싼데;
 
좀 둘러보시더니 옛날 단팥빵이랑 꽈배기를 고르셨다. 
근데 갑자기 같은걸 한 개씩 더 담으셨다. 

"그걸 다 드시게요?"
"아... 아내랑 같이 먹게..."

 
참나 ㅋㅋ 
이거 내가 이용당하는 건가?
암튼 식사 천천히 하시고 이따 1시에 사무실로 오시라고 했다.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오후 1시
비장한 모습으로 무장한 중개사가 계약서를 들고 나타났다. 뭔가 잔뜩 화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ㅋㅋ
 
소장실에는 소장님이 벌써 와계셨다. 
두근두근 

"소장님 저 왔어요~ 식사 잘하셨죠?"
"어... 잘 먹었어..."

 
뭐 얻어먹은 건 안 까먹으시나?
중개사는 도장을 당장 찍어주지 않으면 각오하라는 모습으로 계약서를 드렸다. 
 
쿵쿵 
 
도장이 찍혔다.
잔뜩 무장하고 왔는데 손쉽게 끝나서 안도+당황스러워 보이셨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금방 끝날 걸...

 

드디어 끝났다.
이게 뭐라고 몇 주간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던 걸까? 임대인은 관리자가 치매 환자인 것을 모르나?
임대인은 해외 거주 중인데 서울 지역번호만 연락처로 기재돼 있어서 도무지 연락을 할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임대인 개인 번호를 소장님께 먼저 물어볼걸 했다. 
 
이제 이사일에 맞춰 보증금만 잘 받으면 된다.
보증금... 잘 받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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