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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살이에서 나갈 수 없다고?! EP1

부털도사 2025. 8. 6. 15:23

"나는 모르는 일이니, 기다리는 수밖에…"

 

강서구 XX주택에서 보증금 없이 월세 40만 원을 내며 1년 남짓 살고 있던 중 일어난 일이다.
밤마다 이어지는 옆집의 비명 소리, 쿵쿵쿵 울리는 층간소음, 새벽 4시 문 쾅 소음까지 모두 참아냈다.
평수 대비 가격이 저렴했고, 무엇보다 초역세권이었기 때문이다.

멘탈을 부순 건 바퀴였다.
새벽 1시, 자려고 누웠는데 천장에 새끼 바퀴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뭐, 한 마리쯤이야…

 

간신히 잡고 다시 누웠는데 낡은 에어컨 밑에서 두 마리의 새끼 바퀴가 튀어나왔다.

나름 깔끔한 성격이라 항상 청소하며 살았건만, 아무 소용없었다.
이제는 바퀴까지 이 집에서 한번 버텨보라며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나갈 때가 됐군.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관리소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XX호인 데요, 중도 퇴실하려고요. 방 내놓을게요~”
“XX호? 그래…”

 

곧바로 당근, 직방 등에 매물을 올렸다.
일주일쯤 지나자 슬슬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정리해 놨던 덕분에 바로 계약자가 나타났다.
이제 이 소굴에서 탈출이다!

룰루랄라 가계약을 기다리던 중, 중개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XXX 세입자시죠? 그런데 관리소장님이 매물 올린 거 모르신다고 하시네요? 말씀드린 거 맞죠?”
“네? 아… 연세가 좀 있으셔서 까먹으셨나 봐요. 다시 말씀드릴게요.”

 

관리소장은 임대인의 대리인으로, 직접 부동산에 가지 않으신다.
계약서를 직접 들고 와야 도장을 찍어준다. 

“소장님, XXX호인 데요. 지난주에 중도 퇴실 말씀드린 거 기억하시죠?”
“지금 할 일이 많으니 나중에 전화해.”
“아니요, 부동산에서 전화 오면 알고 계시다고만 말씀해 주세요~ 지금 계약자 기다리고 있거든요.”
“몸이 좋지 않으니 나중에 얘기해.”

 

뭐지? 계약자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급하게 방에서 나와 소장실로 달려갔다.
그런데 몸이 안 좋다던 소장님은 외부인에게 주차비를 걷고 있었다.

“소장님? 지금 계약자 구해서 가계약하려고 해요. 어차피 계약서도 들고 올 테니까, 도장만 좀 찍어주세요.”
“일을 그렇게 하면 안 돼.”

 

대뜸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사람이 쉴 줄 알아야 하는 법이야.”

 

…누가 쉬지 말랬나? 난 아닌데.

“도장 찍어드릴 테니 빨리 들어가서 쉬세요. 중개사 전화만 받아주세요.”
“그렇게는 못 해. 일이 많아.”

 

노망난 노친네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라왔다.

“소장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계속 이러시면 계약 취소됩니다. 저 빨리 나가야 해요.”
“누가 나가지 말래? 나가.”
“도장을 찍어주셔야 나가죠. 전화는 왜 계속 안 받으세요?”
“전화를 받으면 허락해 주는 꼴이니 받을 수 없지.”

 

이 노인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평소엔 꾸벅 인사하며 무탈히 지냈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중개사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여기 그냥 안 하신다고 하네요…”

 

분노를 참지 못해 욕설을 퍼붓고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복잡했다.

며칠 전만 해도 흔쾌히 나가라더니, 갑자기 온몸으로 막는다. 

일이 많고 힘들어서 도장을 찍어줄 수 없다고 한다. 

 

전월세 살이 n년 차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며칠 뒤, 다른 부동산에서 계약을 원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 집과 몇 번 계약을 해본 부동산이라 관리자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잘 처리되겠지... 기다렸는데

 

역시나 모르쇠를 시전 했다.

 

그렇다. 내지 않아도 될 돈을 계속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버렸다. 답답한 마음에 서울시전월세 보증금지원센터에도 문의했지만

신고 접수까지만 최소 2달이 걸린단다... 설득해서 협의 보는 게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라는데 이런 식으로 갑질당하면 임차인은 뭐 도리가 없나 보다. 

 

다음날 오전 부동산 직원과 관리사무소 앞에서 만났지만 소장님은 계시지 않았고 이번에도 계약은 취소됐다. 

뭔가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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